호위 중이니 함께 춤을 추진 못하겠지만, 이러고 있는 것도 마음이 녹녹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스릴은 그에게 잡힌 손을 꼼지락거렸다. 조금 한적한 데로 옮겨서,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그때 불쑥, 어떤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는군요. 제 ‘생명의 은인’께 이리 어여쁜 약혼녀가 있으실 줄은.”
빙긋 웃으며 에스테 왕녀가 끼어들었다. 생명의 은인이라니, 그럴듯한 구실이다.
그녀가 끼어들자 흘낏대던 시선이 아예 쏠렸다. 아스릴은 불쾌감을 티 내지 않으려고, 성숙한 레이디다운 미소를 보였다.
“큰 화를 입으실 뻔했다고 들었어요. 로슈아가 제때 나타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부러 이름을 부르며 그가 제 약혼자라는 걸 과시한다. 에스테 왕녀도 어지간한 고단수인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 표정만 보고 그녀에게 정말 순진한 의도만 있다고 믿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스릴도 사교계에서 잔뼈가 굵은 몸이었다.
“겁 많은 저 때문에 공작께서 곤란하게 되셨네요. 오랜만에 약혼녀와 회포를 풀고 싶으셨을 텐데-”
느릿하게 말꼬리를 잡아끈 그녀가 묘한 미소로 시선을 옮긴다. 로슈아를 향한 시선. 그리고 로슈아는,
“릴, 이만 무도회를 즐겨 주시기를.”
라며 아스릴에게서 손을 거두었다.
“네?”
“공교롭게도 제가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 이 이상 시간 내기 곤란합니다. 다음에, 저택으로 찾아뵙지요.”
가볍게 묵례해 보인 로슈아가 자세를 바로 하고 왕녀를 쳐다본다. 지금 중요한 건 그녀라는 것처럼. 흡사 밀쳐진 듯한 느낌.
가슴이 욱신거린다. 에스테 왕녀가 임무를 상기하듯 눈길을 주자마자, 대체 왜? 도피하듯 떠난 아스릴을 따라, 그 먼 그란셀 백작가의 별장까지 따라온 그였다.
도대체 뭐가 변한 걸까? 그에게 외면당했단 사실이 이상하도록 깊게 가슴에 사무쳤다. 이곳이 무도회장이고, 자신이 레이디 아스릴이란 걸 뼛속 깊이 알고 있지 않았다면 눈물을 숨기지 못했을 만큼.
그때 불쑥, 어떤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는군요. 제 ‘생명의 은인’께 이리 어여쁜 약혼녀가 있으실 줄은.”
빙긋 웃으며 에스테 왕녀가 끼어들었다. 생명의 은인이라니, 그럴듯한 구실이다.
그녀가 끼어들자 흘낏대던 시선이 아예 쏠렸다. 아스릴은 불쾌감을 티 내지 않으려고, 성숙한 레이디다운 미소를 보였다.
“큰 화를 입으실 뻔했다고 들었어요. 로슈아가 제때 나타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부러 이름을 부르며 그가 제 약혼자라는 걸 과시한다. 에스테 왕녀도 어지간한 고단수인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 표정만 보고 그녀에게 정말 순진한 의도만 있다고 믿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스릴도 사교계에서 잔뼈가 굵은 몸이었다.
“겁 많은 저 때문에 공작께서 곤란하게 되셨네요. 오랜만에 약혼녀와 회포를 풀고 싶으셨을 텐데-”
느릿하게 말꼬리를 잡아끈 그녀가 묘한 미소로 시선을 옮긴다. 로슈아를 향한 시선. 그리고 로슈아는,
“릴, 이만 무도회를 즐겨 주시기를.”
라며 아스릴에게서 손을 거두었다.
“네?”
“공교롭게도 제가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 이 이상 시간 내기 곤란합니다. 다음에, 저택으로 찾아뵙지요.”
가볍게 묵례해 보인 로슈아가 자세를 바로 하고 왕녀를 쳐다본다. 지금 중요한 건 그녀라는 것처럼. 흡사 밀쳐진 듯한 느낌.
가슴이 욱신거린다. 에스테 왕녀가 임무를 상기하듯 눈길을 주자마자, 대체 왜? 도피하듯 떠난 아스릴을 따라, 그 먼 그란셀 백작가의 별장까지 따라온 그였다.
도대체 뭐가 변한 걸까? 그에게 외면당했단 사실이 이상하도록 깊게 가슴에 사무쳤다. 이곳이 무도회장이고, 자신이 레이디 아스릴이란 걸 뼛속 깊이 알고 있지 않았다면 눈물을 숨기지 못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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