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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테르의 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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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작가 :
박슬기
출판사 :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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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릴은 자신의 머리 위의 트리본을 손으로 잡고 내리며,
시체들 앞에 고요히 서 있는 인영을 응시했다.
“하이데스의……왕…….”
릴의 숨을 죽인 목소리에 아름다운 은푸른 머리카락이 릴 쪽을 돌아보았다.
그의 자수정 눈동자가 달빛에 현현히 보였다.
그의 눈동자는 그날보다 훨씬 붉어 보였다.
마치, 눈앞 시체의 피처럼 붉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다가왔다.
<……북풍.>
그의 ‘청음’에 릴의 어깨에 있던 북풍이 화들짝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릴이 손에 들고 있던 트리본을 실은 북풍이 그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트리본을 어깨에 걸쳐주었다.
<페르세포네를 이끌고 가라.>
그의 말에 북풍이 쏜살같이 다가와 릴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릴은 트리본을 걸치고, 타나토스가 이미 휩쓸고 간 시체의 평원으로 가는
왕의 뒤를 쳐다보았다.
북풍이 끙끙 거리며 이끄는 것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릴의 눈은 계속해서 뒤를 쳐다보았다.


2권

“그대, 나의 안테로스가 되겠는가.”
릴의 커다란 검은 눈망울이 칼을 젖은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안테로스……?”
“내가 진정으로 그대에게 원하는 욕망 그것은 영원하고 완벽한 합일…… 안테로스이다.”
‘영원하고 완벽한 합일. 그것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릴의 왼손을 잡은 칼이 릴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손끝으로 릴의 손바닥을 살짝 긋자 릴의 손바닥에 붉은 핏방울이 똑똑 맺혔다.
살짝 건드리던 칼이 릴을 응시했다. 릴은 차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하라, 그대. 나의 안테로스가 될 텐가.”
릴의 손바닥에 맺힌 핏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릴은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당신의 몇 번째 안테로스이죠?”
릴이 손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칼의 손에 잡혀 있는 그 손이 너무나 작고 나약해보였다.
칼이 서늘한 한숨을 내쉬는 것이 들렸다. 릴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가만히 보는 그의 눈길이 부드러워 보인 것은 릴 자신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우리에게 있어 반려는 일생의 단 하나이다.
그것은 영원하고 유일한 존재이며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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